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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독서] 아무튼, 외국어

에어팟 2를 증정해준다는 유혹에 못이겨 밀리의 서재 3년 구독권을 끊고, 이것저것 책을 담아서 읽는 중이다. 

'이것은 합리적 소비다'라며 정신승리를 하고 꾸역꾸역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아무튼, 외국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586026

 

아무튼, 외국어

외국어 방랑자의 마음은 쉽게 정박하기 어렵다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 외국어 방랑자의 마음은 쉽게 정박하기 어렵다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국어 방랑자이다. 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저자는 심지어 전혀 모르는 말도 독학을 한다. 책 한 권을 사다가 그냥 무작정 들여다보거나 오가는 출퇴근길에 괜히 들어보고 마는 식이다. 그것이 중국어로부터 시작되어, 아니 그 앞에는 일본어가 있었고, 그 후로 독일어나 스페인어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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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의 중요성을 말하는건가?! 내용을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빵 터졌다. 와 내 얘기인줄...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지만 전공과 무관한 회사를 다니는 지은이가, 이런저런 외국어를 조금씩 배우고자 한 방랑기를 담은 에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제2, 제3외국어들을 조금씩 손대다 말았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고 그에 얽힌 경험담을 가볍게 풀어 독자들의 공감대를 쉽게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다보니 나도 못지않은 외국어 방랑의 역사가 있어 기억을 되살려볼 겸 써보았다. (아직도 외국어 욕심은 남아있다는 함정...)

 

# 1. 프랑스어 

 - <아무튼, 외국어>의 작가가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다면 나는 고등학교 2년 반(마지막 학기는 대학 수시입학으로 거의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동안 프랑스어라는 것을 전공으로 했다. 

 - 당연히, 간단한 불어 정도 조각조각 기억날 뿐이지 불어 실력(실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민망하다)은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 그럼에도 여행을 갔거나 간단한 불어 정도는 또 안다고 친숙한 마음에 눈을 빛내거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 자막과 매치해보려고 내용보다도 불어에 더 집중하느라 정작 내용은 집중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영화를 볼 때가 아니라 평소에 좀 하지 그래요;;)

 - 그래서 묘하게 전공인데도 잘 못한다는 일종의 죄책감과 빚을 진 듯한 느낌이 드는 언어이다. 

 - 그리고 작가의 변과 같이, 나도 불어를 도통 쓸 데가 없다. (심지어 영어도....;;;)

 

# 2. 스페인어 

 - 첫 직장이었던 병원을 그만두고 서유럽 10개국 여행을 가기 전 3달간 홍대에 있는 '레알 스페인어' 학원에 다니며 배웠었다.

 - 불어와 약간 유사하기도 해서 당시에는 재미있게 배웠다. 

 - 그러나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썼을 때 처참히 무시당하고 상처만 남았다고 한다... 

 

# 3. 독일어 

 - 회사 다니던 시절, 약어로 난무한 독일의약품집을 번역하다 깊은 빡침과 동시에 호기심이 생겨 잠시 두어달 학원을 다녔었다. 

 - 학생 때 즐겨들었던 Rammstein 노래를 통해 약간은 친근했고 읽는 법에 대해 얼핏 감이 있었던 것은 같다.

   (독일 여행을 갔을 때, 얼핏 지명 이름 읽는 법을 추측해서 말한 적 있는데 현지인이 알아들었던 경험이 있다)

 - 작가가 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die der der 의 장벽에 가로막혀 포기하였다. 심지어 관사 변화는 초반에 배우는 것이더라는...

 - 어설프게 아는 상태에서 그래도 독일어는 매력적인 언어라 생각하고 있다. (유튜버 'emily mit ypsilon' 채널을 종종 보는데 그녀의 독일어는 정말 매력적이다)

 

# 4. 일본어 

 - 고등학교 시절 프랑스어 외에 공부했던 언어였기에 역시 어설프게 아는 수준

 - 일본 현지에서 써보았지만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만 되고, 큰 문제가 '대답을 못 알아듣는다' 였다.

   (어설픈 외국어보다 그냥 여행 영어를 쓰도록 하자)

 

#5. 중국어 

 - 두 번째 회사를 다니던 시절, 출퇴근시간이 긴 관계로 회사에 일찍 출근했고 그래서 비는 오전 시간 무얼 할까 하다가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중국어 온라인 강의를 한 코스 수강했다. 

 - 그 덕분에 간단한 중국어 몇 마디(진짜 몇 마디)와 성조 개념 정도 익혔다.

 - 환경으로 따지자면 지금 일하는 약국이 중국 손님이 많은데, 중국어를 본격 배우는 것이 실용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6. 러시아어

 - 러시아 여행에 앞서, 러시아 현지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고 간판이 전부 우리가 읽을 수 없는 말로 써있다는 공포감에 읽는 법 정도만 알아갔었다. (물론 지금은 까먹었다;)

 - 현지에서는 나름 간판 잘 읽고 다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뿌...뿌듯해!! ^-^)

 

그리고 젤 중요한.... 영어...영어조차 잘 못한다는 엄청난 함정이 있다. ㅠㅠ

영어를 잘 못함으로써 확실히 세상을 보는 눈이나, 기회 등이 많이 줄어든다. 영어를 잘 하고 싶긴 한데 그럴 동기도 없고 환경도 아니기에 계속 정체 상태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회사에 있을 때에는 영어 이메일이라도 썼었는데 지금은 완전 꽝이다!)

 

그럼에도 또 얼마 전 다녀온 핀란드 디자인 전시에서 발견한 룬 문자(게르만족들이 지금의 알파벳이 들어오기 전 썼다는 문자), 그리고 최근에 명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찾아본 산스크리트어에 새롭게 관심이 가는 중이다.

 

언어라는 것이 소통을 하고자 하는 도구일 뿐인데 정작 소통에는 관심이 없고

길게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얕고 넓은 관심으로 인해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뭐 근데 사실 외국어를 써야 하는 환경에 당장 놓인 것도 아니고, 

당분간은 그냥 호기심이 날뛰는대로 두어 볼까 한다. ㅎㅎ